[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하는 시집은 현대 젊은 시인 중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황인찬 시인의 《희지의 세계》라는 시집입니다.
황인찬 시인은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구관조 씻기기》,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시집 등 많은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시 하나하나가 유색(有色)이 있는 시집인 것 같았습니다.
좋았던 시를 몇 개 소개하기 전,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려고 합니다.
나는 믿는다.
그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믿는다.
-2016년 11월에 다시,
황인찬-
시인의 말은 '무'에서 '무'를 발음하는 것 같았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시는
멍하면 멍 짖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작은 새가요
잘못했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
잘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기로 했어요
그냥 멍 짖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작은 새가요
자꾸 멍하면 좋아요 아주 좋아요
「멍하면 멍」
대부분 '멍'하고 짖으면, 강아지라고 생각하는데 '새'가 짖는다고 하면서 고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흥미를 유발합니다.
또한 '잘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기로 했어요', ' 자꾸 멍하면 좋아요 아주 좋아요' 이 문장이 이유 없이 좋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저녁에는 양들을 이끌고 돌아가야 한다
희지는 목양견 미주를 부르고
목양견 미주는 양들을 이끌고 목장으로 돌아간다
·······
식탁 위에는 먹다 남은
익힌 콩과 말린 고기가 조용히 잠들어 있다
이것이 희지의 세계다
희지는 혼자 산다
「희지의 세계」
이 시집 제목에도 나온 '희지의 세계'라는 시인데 '희지'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희지'는 생명을 갖게 되었고
'미지의 세계'라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하는 세계를 나타내지만,
이 시 속 나타난 '희지의 세계'는 혼자 살아가는 삶. 조용히 잠들어 있는 삶. 정적인 세계를 나타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영원한 친구」라는 시입니다.
이 시는 알아차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불 꺼진 가로등 아래로 걸어가는 저 사람 죽겠구나
오늘 밤이구나
·······
차분한 마음으로 오늘 있던 일을 다 적습니다
차는 천천히 식어갑니다 열은 원래 흩어지는 것입니다
이 시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
오늘은 죽어야지,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잘 걷습니다
·······
그래도 사람은 걷고 시는 계속되고 겨울의 밤입니다
차가 따뜻하군요
이 시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영원한 친구」
시를 읽고, 시를 쓴다는 것은 또 하나의 친구를 곁에 두는 것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적정한 거리감을 유지해야 더 오래 지속되는.
차곡차곡 쌓아 올린 마음과 색다른 시선을 함축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게 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시 속 마지막 연에서 '이 시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끝냄으로써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시였습니다.
평소 시집 읽는 것을 좋아하거나, 젊은 시인의 시를 읽고 싶다면 황인찬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직 가닿지 못한 또 다음 세계를 넘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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