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알라딘]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제목에 이끌려서 읽게 된 시집입니다.
최지인 시인은 《나는 벽에 붙어 잤다》, 《당신의 죄는 내가 아닙니까》 등 시집을 냈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사랑을 합니다. 저마다의 모양으로.
어쩌면 두 번이나 반복된 이 시집의 제목처럼 일을 더 많이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시집은 청년의 일과 사랑과 아픔을 가슴에 와닿는 적확한 언어로 표상해 온 ‘리얼리스트’ 최지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사랑하고, 일을 하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삶을 여러 무늬로 나타내어주는 시집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인상 깊었던 시를 몇 개 소개하자면
······· 사랑한다 말하면 무섭다
그것이 나를 파괴할 걸 안다
초파리가 과일 껍질 위를 맴돌고 있다
옆으로 돌아누운 너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네가 거기 있다는 걸 알 수 없듯이
서성이는 슬픔 ·······
「섬」
사람은 알 수 없고, 사랑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모든 변화되는 것들 속에서 나의 취향도 변하고, 성격도 변하고, 모습도 변하고, 사랑의 형태도, 인간관계도 변합니다.
변한다는 게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꼭 슬픈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사랑이라는 말에 갇혀 이것이 나를 파괴할 만큼 고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것을, 사랑에 상처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느껴봤을 것입니다. 또한 이 시에서 시인은 마음을 알 수 없는 사람 곁에 있는 ‘나’라는 존재를 껍질 위를 맴돌고 있는 ‘초파리’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죽은 이가 해방을 기뻐할 때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상한 건
앞일은 알 수 없고
근심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이다
·······
한평생 비루한 몸으로 생활한 사람이라면 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다른 몸으로 살고 싶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숙직실에 들어섰을 때
아이는 견디지 못하고 먹은 걸 모두
게워 냈다 ·······
「시민의 숲」
이상한 건 앞일은 알 수 없고, 근심해도 소용없다고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해서 더 슬프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듯이 걱정해도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현실을 잘 담아낸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또한 화목하게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사이에서 힘들고 고된 일들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숙직실에 들어섰을 때 아이는 견디지 못하고 먹은 걸 모두 게워 냈다'라고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고난과 역경은 고통이자 힘듦입니다. 누구나 다 이러한 감정과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러나 삶으로부터 이러한 것들을 겪어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성장할 수 없고, 단단해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고통과 힘듦이라는 것도 중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
유명해지거나
가난해지거나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네
너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겠지
하루 열여섯 시간
여섯 명의 몫을 하기에 우리는
벌써 늙어버렸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끝끝내
살아간다는 것을
들것에 실려 나가기 전에
·······
「컨베이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살아내는 것일까요?
'컨베이어'라는 이 시를 통해 담담히 삶을 곱씹어보게 됩니다.
이미 지나온 청년기를 살아내고 있든, 현재 청년기를 살아내고 있든. 공감으로 가슴을 울리는 이 시집을 추천합니다.
각자의 모양을 다듬고 있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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