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알라딘]
오늘 소개할 시집은 김상혁 시인의 첫 시집인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라는 시집입니다.
모든 처음이라는 것은 '첫'이라는 점에서 다방면으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감정의 억제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 속에서 슬픔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시집은 단순히 슬픔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독자들에게 감정적 자유와 자기 이해를 탐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시집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집 속에서 인상 깊었던 시의 일부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똑같아지려고 교회를 다닙니다 주보로 비행기를 접으면 엄만 속상해하셨지만요 거기 적은 소원은 지킬 만한 비밀 치마를 뜯어 만든 내 바지엔 주머니가 없습니다
붉은 얼굴로 손에 쥘 수 있는 것들만 생각합니다 소문으로 허기를 감추지 못해서요·······
·······무서우니까 오늘 밤에 기도를 해야지 종일 정글짐이나 오르내리면 아무리 추워도 죽을 만한 겨울은 없고 운동장은 왜 얼지 않을까, 혼자 소매로 모래를 쓸며 궁금합니다 미친 여자 가랑일 봤어, 낄낄대는 소년들 나는 문득 태어난 일이 쑥스럽습니다
「홍조」
‘홍조’라는 시는 양 볼이 붉어지는 현상에 맞게 이에 맞는 사건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특히 저는 1연과 4연의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1연에서는 똑같아지려고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와 거기 적은 소원은 지킬 만한 비밀 치마를 뜯어서 만든 내 바지에 주머니가 없다는 문장 표현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4연의 문장에서 툭 던지듯 끝내는 고백적 어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의 일부를 소개하자면
여자가 되고 싶었으나
그런 말은 집으로 돌아와서
엎드려서 침대에게만 했다
침대에 입술을 대고
침에서 라텍스 냄새가 날 때까지 말을 했다
할머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으므로
어머니는 여자였으므로 이해할 리가 없었다
……
「학생의 꽃」
이 시는 성 정체성을 겪고 있는 한 소년의 이야기라는 점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여자가 남자가 되고 싶기도, 남자가 여자가 되고 싶기도 한 게 가능한 일인 걸까? 사람마다 특징과 성격 등은 다 다르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갇힌 시선에서 나와, 말 그대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이 시를 통해 독자에게 던져 준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 하나를 더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 흔히 돌아보지 말 것과
사람처럼 보이는 걸 신뢰하지 말 것.
어둠 속에선 사람도 사람을 악착같이 닮고 있다.
나는 내력과 조짐은 믿지 않지만
환절을 가늠하는 체온과
작명소에서 일러 준 내 각별한 호칭 정도가
당장의 실마리였다.
모든 신기한 일이 내 속에 있다.
……
「유전」
이 시는 '유전’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며 몇 번을 더 읽었던 시였습니다. 그만큼 놓치기 싫은 문장이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특히 공감되었던 부분은 ‘흔히 돌아보지 말 것과 사람처럼 보이는 걸 신뢰하지 말 것’이라는 문장입니다. 인생은 '독고다이'라는 말이 있듯 다른 사람 보다 나를 더 먼저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또한, ‘어둠 속에선 사람도 사람을 악착같이 닮고 있다.’라는 문장은 입체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시집은 시를 좋아한다면 읽어볼 만한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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