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안미린 시인의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이라는 시집입니다.
안미린 시인은 2012년 계간지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등단 했으며,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 등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시인만의 독특한 표현법으로 삶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며, 감각적으로 색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시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 소개 하기에 앞서 작가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
어린 신의 빛 감각
-안미린-
우리가 지닌 기존의 편견이나 결론을 넘어서, 더 본질적이고 순수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상 깊었던 시를 몇 개 소개하자면
스무 살의 신이 있다
거울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결과물
갓난애 눈물을 굳혀 만든 양초를 잃어버렸어
꿈속의 나와 꿈 밖의 내가 동시에 울기로 한다
눕혀진 거울을 세우던 최초의 시간
한 번쯤 울어 보려고 퇴화하는 마지막 감정
나는 꿈 밖의 내게 이름 불렀지
나 자신을 전부 만져 봤던 감각을 기억해?
입에 넣어 봤던 꼬리의 길이를 가늠해?
투명의 반대말이 뭐게?
스무 살의 신이 있어
빛으로 빛을 비추는 짓 한다
그림자가 가까운 인형에게 이름을 줬다 빼앗았을 때
눈물처럼 눈알이 떨어졌을 때
다음은 네 차례야
충분해진 촛불을 끄고
케이크에 얼굴을 푹 박아 줄 차례
「반투명」
이 시는 존재와 자아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며, 내면의 갈등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스무 살의 신’은 청춘의 혼란과 자기 인식의 과정을 상징해서, 거울과 꿈, 눈물 같은 이미지를 통해 내면의 깊은 감정을 드러낸 것 같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강렬하고 생생한 작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해 드리고 싶은 시는 「어떤 보온」이라는 시입니다.
그러나 수호자는 빛의 감식가
빛나는 죽음마다 출몰했지
인간이 죽어 있는 자세를 이해하려고
어린 사체를 가까이 끌어당겼다가
놓쳤을 때,
내 잠옷은 팔이 길고 따뜻했는데
내 등은 엎드린 낮잠마다 빛이 바래는
꿈의 밝은 면,
가벼운 악몽은 베개를 밟고 올라서는 악마처럼
잠시 진공되는 것이었는데
온몸이 긴 잠옷들의 깊이가 될 때
낮은 비밀처럼 평행 진화하는
겨울 잠옷과 나의 수호자
먼 빛을 입고
뿔의 단추를 채우고
꿈속에서 불룩하게 주머니에 넣고 다닌 것,
악마에게 흰 목양말을 신기는
착하고 차악한 시간
「어떤 보온」
이 시는 죽음, 꿈, 악몽, 그리고 내면의 갈등을 복잡하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탐구해서, 독자에게 감정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을 전달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출발선에서 옆으로 기울이는 애
결승선에서 아무나 어울리는 애
입체의 기분은
겨울에 입술로 놓쳤던 얼음일 텐데
생것을 잃는
끝없는 각도를 재는
눈썹을 다듬은 남자애들이 물결에 칼을 헹구는
입체적인 시간
날개로 접힌 종이의 두께처럼
앞에서 옆으로 전달되는 흰 쪽지처럼
세계의 가장자리로 어린 천사가 놓이는 공중
부드러운 걸 부드럽게 만져 봤을 때
이어달리기가 시작되었지
파동 구름을 찾고 있다가
흘러온 것을 읽고 있다가
툭, 떨어진 사람,
코 밑에 대어 본 검지처럼 비행운이 응결하는데
「종이 비행」
이 시에서 출발선과 결승선, 얼음과 종이, 그리고 공중에 놓인 어린 천사 등의 이미지는 삶의 다양한 단면과 감정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내 줍니다. ‘입체의 기분’, ‘부드러운 걸 부드럽게 만져 봤을 때’, 그리고 ‘비행운이 응결하는’ 표현은 일상적인 것들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감각과 변화의 아름다움을 강조해 주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감각적이고 추상적인 언어를 통해 존재의 여러 측면을 탐구하여, 독자에게 깊은 성찰과 감각적인 시각을 주는 '시'인 것 같았습니다.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 이 시집은 독특한 상징과 깊이 있는 탐구로 독자의 감성과 사고를 자극해 줍니다. 시인은 일상 속에서 존재의 본질과 내면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상상력과 성찰 등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 등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줍니다.
풍부한 감각적 이미지와 표현들로 강렬함을 주는 시집이기 때문에 추천하는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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