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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집 소개]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서윤후

by young poet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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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서윤후 시인의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이라는 시집입니다.

서윤후 시인은 2009년 월간 현대시에 등단하며,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소소소》, 《휴가저택》 등 다양한 시집과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가족과 자아의 경계를 탐구해서, 존재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내밀하고 친숙한 분위기로 반짝거리는 반딧불이 같은 시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를 소개하기 전 작가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어디 가서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어겼다

-2016년 2월
서윤후-

 

사실 예전부터 애정을 가지고 읽었던 서윤후 시인의 이 시집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2016년도에 하던 시인의 말이 2024년도에 하는 말 같았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시는 「희디흰」이라는 시입니다.

흰 옷을 입고 있었다
어떤 얼룩을 기다리는 것처럼 조용하게

  애어른 같은 아이를 키우는 집은 행복할 것 같다고 옆집
사람들은 어머니에게 말했다 

  공사장에 다녀온 사람은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었을 때에도 검은 발바닥은 검은 발바닥이었다 더러워도
더럽다고 할 수 없었다

팔레트의 굳은 물감
두 번째 신는 흰 양말

  마른 빨래를 개키던 어머니를 돕고, 하고 싶은 말을 삼
키며 조용히 책도 읽었다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는 깨끗한
손이 있었다

타일이 풍기는 표백제 냄새
깨끗해졌다고 믿는 중독

  그의 발바닥을 그렸다 검은 생각들이었기 때문에 깊은 
밤 속에 파묻혀 아버지가 화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우는 일만 하던 어머니의 표백된 얼굴이

 자꾸 생각나지 않을 때마다 나는 병에 걸렸다
 흰색을 잃어 가는 여전히 흰 옷 같은 나의 세포

나에게 묻은 것들이 무엇인지
보호하는 이 깨끗한 색으로부터
나는 가장 위험했다

「희디흰」

 

이 시는 구체적이고 섬세한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복잡한 내면적 갈등을 나타내주고 있으며, 순수와 오염, 청결과 더러움 사이의 긴장감을 잘 드러내 줍니다.  또한 시적 화자가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보호와 억압 속에서 이것이 점차 자신을 병들게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심리적으로 깊이 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네가 좋아하면 그걸로 됐어
  이미 죽은 것이니까

  토끼의 심장을 손에 쥐고선 자두처럼 한입 베어 무는 싱
거움
  모르는 낱말 없는 사전을 들고
  다 아는 듯 말하지도 못하는 자랑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타날 때까지
  열렬하게 실패하는 꿈을 꾸고 있어

  목줄이 힘줄로 팽팽해지는 착각
  연습은 이것으로 끝내 볼게
  캐치볼을 끝낸 아이들이 잃어버린 공이 되어
  바람을 조금씩 빼앗기기 전에

  고백은 자꾸 쉬워지고
  살면서 기억하게 된 거절들이 매표소에서 편도 기차표
를 발권해

  어디론가 떠나가게 되면서 돌아오는
  내가 싫어 부메랑을 던지면

  밀렵을 두려워하는 
  사냥꾼의 눈동자를 볼 수 있어
 
  그 속에 이름 없는 꽃밭을 일구고
  씨앗이 저지른 향기들을 무심코 사랑하게 되자
  사서함 속에 넘쳐 나는 빈 엽서들
  누가 몰래 쓰고 간 내 이름은 
  사랑받으면서 이미 죽어 버린 것

  알비노를 앓는 토끼 두 눈에 그제야 맛있어 보이는 심장
  먹음직스럽게 숨을 쉴 때마다
  예뻐지고 위험해지는 나는 너의 악취미

「취미기술」

 

이 시는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를 통해 사랑과 관계에서의 상처, 갈등, 그리고 자기 상실을 심도 있게 나타내줍니다. 비현실적이고 파격적인 이미지를 사용해 화자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면서도,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불안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시라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네가 좋아하면 그걸로 됐어 / 이미 죽은 것이니까' '토끼의 심장을 손에 쥐고선 자두처럼 한입 베어 무는 싱 / 거움'과 같은 문장 표현이 정제되지 않은 문장으로 파격적으로 표현되어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끝나는 폭죽을 샀다

「스무 살」

 

"세상에서 가장 빨리 끝나는 폭죽을 샀다"는 짧고 간결한 형식 속에서 스무 살이라는 삶의 무상함과 순간의 덧없음을 강렬하게 표현한 시입니다. 미니멀리즘적 표현과 상징성 덕분에 독자에게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여러 해석의 여지를 줍니다. 순간적 아름다움과 그 뒤에 따르는 공허함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이 시는 감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울림을 주는 시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이 시집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정서를 독특한 이미지와 상징으로 풀어내면서도, 깊이 있는 사유를 자아냅니다. 특히 가족과 주변인들과의 미묘한 감정의 결을 다루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관계의 본질을 시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시집을 좋아한다면 서윤후 시인의 이 시집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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