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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집 소개]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안미옥

by young poet 2024.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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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안미옥 시인의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라는 시집입니다.

안미옥 시인은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온》, 《힌트 없음》 등 시집과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많이 보이는, 많이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포착을 담아낸 시집 같았습니다. 

 

 

 

 

시 소개에 앞서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손에서 손으로 
열리는 것을 봅니다. 

-2023년 2월
안미옥-

 

사람들 간의 연결과 소통을 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말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중력 공간에 두 눈을 두고 온 사람처럼
무엇을 보려고 해도
마음만큼 볼 수 없어서

그렇게 두 손도 두 발도
전부 두고 온 사람으로 있다고 한다면

쓰지 않는 시간을 겪고 있다고 한다면
이해가 될까

이제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한껏 울창해져서
어김없이 돌아오는 여름

불행과 고통에 대해선 웃는 얼굴로밖에 말할 수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다짐한 사람

절반쯤 남은 물통엔 새의 날개가 녹아 있었다

걸을 때마다 여름 열매들이 발에 밟혔다
언제부터 열매라는 말에
이토록 촘촘한 가시가 들어 있었을까

다정한 얼굴
녹아버리는 것
밟히는 것

그해의 맨 나중에 나는 것

우는 사람에겐 더 큰 눈물을 선물하고 싶다
어느 것이 자신의 것인지 모르게

「여름 끝물」 

 

이 시는 다시 되돌아 온 여름에서 고통, 상실,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담아내며 감정의 깊이를 표현해 줍니다. 각 구절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감정의 여운을 남겨주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는

현관문 앞에 서서
왜 끔찍한 이야기를 일상처럼 이야기해

내가 아주 오랫동안
여자아이였을 때

모퉁이를 아무리 돌아도 숨을 곳이 없었다
어둠이 이렇게 밝다

둘 곳이 없어
문밖에 새워둔 가구처럼
오늘은 과거로 가득한 하루

실마리라고 생각해서 잡아당겼는데
더 꽁꽁 묶어버렸다

옛날 일과 만나는 순간에
내가 숨고 싶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를 의심하느라 시간을 발에 쏟고 있었다

왜 무서워해서
그에게 힘을 부여하니

매일 조금씩 비틀어지는 뼈
그러니까

사람들은 비둘기를 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혼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현관」 

 

이 시는 고통, 기억,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 담아내며 일상에 대해 표현해 줍니다. 또한, 과거로부터 마주하게 되는 내면의 갈등과 성찰을 표현하고자 한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흐르지 않는다
멈추지도 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너는
커튼 틈으로 방에 들어온 햇빛을 찾는다

크고 무거웠는데
작고 따듯해진 동그란 빛을

다 피기도 전에 지고 있는 꽃처럼
물도 물고기도 없는 어항처럼

무엇이 되려고
빛은 생겼다가 없어지고

키우던 개는 열한 살이 되면서
귀가 멀고 눈이 멀었다
착한 개는 아파도 아프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아이는 뛰다가 넘어져도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턴다

내게도 가능할까
알고 싶지 않은 것들만 가득해서
모래를 움켜쥐고 개천에 돌을 던지는 마음으로 서 있었다

모래보다 큰 돌을 찾아다녔다
물속으로 던지려고, 던져서
사라지는 것을 보려고

커다란 벽에 가로막혀 서 있다가 나는
벽에 기대어 누워본다

이제 나는
아픈 것만 골라 말하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

멀리 던진 돌은 먼 곳에
가라앉아 있다 ​​

「햇빛 옮기기◇」 

 

이 시 속에서 빛을 찾는 행위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시간의 흐름, 상실, 그리고 고통에 대해 담아내며 인간 존재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안미옥 시인의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이 시집은 일상적인 소재와 자연을 아름답게 엮어내며, 소소한 것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는 시집이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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