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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집 소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조말선

by young poet 202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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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조말선 시인의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라는 시집입니다.

조말선 시인은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매우 가벼운 담론》, 《둥근 발작》 등 시집과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이해할 수 없는 점에서 발생되는 아이러니를 잘 담아낸 시집 같았습니다.

 

 

 

 

시 소개에 앞서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뾰족뾰족하고 울퉁불퉁하고 길게 선회하는 깃이 있고, 불쑥 솟아오르거나 낮게 웅크리고 더 낮게 냇물을 따르다가 숨을 참고 가라앉기도 하는 이 들판을 비웠다가 채웠다가 비웠다가 채웠다가…… 한다. 

-2022년 초여름 
조말선-

 

자연의 생동감과 끊임없는 변화의 모습을 시적으로 묘사하면서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삶의 무상함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담아내고자 한 시인의 말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종이를 구기고 종이를 구겨서 파지를 던지는 사람이 원하
는 것은 종이 같아

손바닥을 쓰다듬어도 느끼지 않는 종이연습을 하는 밤

뜨거운 갈증만이 차가운 피부를 증식하는 선인장이 될 수
있을까

상추는 피부가 잎이고 피부가 육체고 피부가 꽃이래, 그
런 잎만 되는 상추가 될 수 있을까

엄마가 될 때까지 늙을 수 있을까

흰 종이도 검고 검은 종이도 검구나

너는 이런 말을 하는 노인은 되지 말자 했지

피부에 닿지 않으면 모르는 서로를 가질 수 있을까

피부로 느낄 수 없으면 그게 목걸이니, 토닥거리는 자매
를 가질 수 있을까

너는 매우 많은 바닥을 가진 것 같아

그 중의 하나에서 당근이 자라는 들판이 될 수 있을까

바닥을 구기고 바닥을 구기며 더 얼굴을 숙이면 원하는
것이 바닥 같아

그런 바닥이 될 때까지 바닥을 구길 수 있을까

「너와 바닥」 

 

이 시는 인간의 감정, 고독, 삶의 연약함 등을 다양한 비유와 은유를 통해 표현해주고 있는 시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주머니가 텅 비어서
할말을 채워 갔다

손을 넣지 않고 걷다보니
분실해버린 건지

나란히 놓인 의자에 앉아
꺼낼 말이 없다

뭐가 보이니?
옆에 앉은 의자가 묻는다

나란히 놓인 손이 나란히 놓인 손에게 하는 말처럼

지금 몇시니?

나른히 뜬 눈이 나른히 뜬 눈에게 하는 말처럼

눈앞에는 열두시의 자세로
연두색 형광조끼와 주황색 형광조끼를 입은 펭귄들이 축구를 하고 있고

주머니가 없으니
말이 필요 없어 보인다

발보다 먼저 둥그런 배를 앞세운 펭귄 쪽으로

느린 공이 피해다니는 중이었다

한번 차올려진 구름들은 다시는 공이 되지 않으려고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다

나란한 의자는 나른하였다

저 공이 네 발목을 부러뜨리긴 글렀어

못할 말도 없었다

「공원」 

 

이 시는 공원에서 느끼는 일상의 공허함과 무기력함을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표현한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앞에서 오는 사람을 딱 마주칩니다 왼손이 오른손에게 가
서 왼손의 소리를 듣듯이 심벌즈가 심벌즈에게 가서 자기를
시끄러워하듯이 앞에서 오는 사람을 앞에서 오는 사람이 마
주칩니다 시끄럽나요 
  
그때 사나운 운명의 이빨이 누군가의 심장을 물어뜯고 지
나갔다고 해도 증거는 없습니다 운명적이니까요 
   
마주쳤으니까요 
  
아침식사 뒤에 점심식사가 오는 것과는 다른 일입니다 
  
딱 한 번 시끄러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점점 멀어지는 운명처럼

「앞에서 오는 사람」 

 

이 시는 우연한 만남의 순간과 그 순간에 담긴 운명적인 의미를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는 시 같았습니다.

 

 

조말선 시인의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이 시집은 불확실성과 예상치 못한 감정을 주제로 한 시들이 많아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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