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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집 소개]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허주영

by young poet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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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허주영 시인의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라는 시집입니다.

허주영 시인은 2019년 <시인수첩>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집은 다들 모여있는 곳에서 무엇인가 빠져있는 '진짜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만든 시집 같았습니다. 

 

 

 

 

시 소개에 앞서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자서

나에게 더 많은 땅이 있다면 
우리는 다 포개진다.

-2023년 4월 
허주영-

 

결국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담아낸 시인의 말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널 웃기려고 내 몸은 미끄럽다

나는 저 어딘가로
유머가 미래라는 듯
간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표면에 태워 올까

너는 유머에 들러붙고
나는 빠져나간다

손바닥엔 작은 공
놀이를 떠올렸지만
나는 종사자처럼
같은 시절로 너무 오래 웃어 왔지
장난스러운 실수를 부르고
나는 저절로 반칙이 된다

문제는 우리가 웃다 지친다는 것인데
웃어서 관절이 아프고, 배가 고프고
때때로 어둑한 집에 돌아가
제일 크게 웃어 준 사람들을 곱씹으며 일기를 쓰고
눈치로 부풀린 말을 더듬는다는 것인데

너는 추억이 되고
나는 기억에 실패한다

손을 떠나는 공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몰려온다
낮고 빠르게 벗어나는 원
그들은 한 방향으로 지독하게 파고들 줄 아는 것 같았다

「유머와 나」 

 

이 시는 유머와 뗼 수 없는 자신의 모습과 삶의 진정한 목적에 대한 고찰을 담아내고 있는 시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

촛불을 모두 켜기도 전에 케이크 모서리를 한 움큼 쥐었다 몇 개의 어금니 자국이 버터크림 위에 미끄덩 맴돌았다 넘어가겠지 기념이 그랬던 것처럼 먹자꾸나, 그래도 생일이잖아 잠깐의 어둠과 심지의 냄새를 기억한다 플라스틱 폭죽, 반투명의 칼날, 둘러앉은 무릎, 열린 셔터에 순간의 공포가 있다

꺼지지도 켜지지도 못하는 베이커리 보급형 초가 단면으로 고요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독하게 이어지는 연기는 흔들림 없는 나선에서 손뼉과 맞닥뜨린다 끔뻑거리는 동공들, 허공의 눈을 맞춘다 초침이 자정을 향해 귀를 막고 있었다 한 번의 호흡으로 어둠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들키면 안 돼, 발견되지 못하면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술래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눈을 가리게 되는 거야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발끝을 내밀거나

촛불의 마지막 리듬이 끝나면 쏟아져 나오는 축하의 말들을 견뎌야 한다 일그러진 케이크가 테이블 위에 손자국을 냈다 푸른 셀로판지에 싸인 꽃다발 옆 상자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곧 터질 것이다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나를 찾아, 우정의 규칙과 게임의 각도를 구하는 공식을 따라 사다리를 다시 오른다 우리는 파티가 끝나기를 숨죽여 기다릴 것이다 검게 탄 초를 손끝으로 지그시 눌렀다 믿고 있는 균열이었다

「숨바꼭질」 

 

이 시는  생일 파티라는 일상의 장면을 배경으로 하여, 개인적 고립감과 내적 갈등을 밀도 있게 표현한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나는 짐승의 입을 가진 식물
선인장의 가죽을 쓴 목이 긴 탈

뼈가 없는 청춘
인류를 살게 하는 계절의 기억

빈방을 모으는 집주인과 짧은 여백이 되는 세입자

외로움을 삼키는 잡식 동물
친구를 애인으로 두는 소녀

아름다운 것엔 사랑을 두려운 것엔 질투를

나는 어드메가 아니라 반려종
모두에 가깝다

「저에게 더 잘해 주세요」 

 

이 시는 자신의 정체성을 여러 존재와 공존하고 모든 것에 포용적으로 표현하며 젊음의 자유로움, 외로움과 사랑,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같은 주제를 다뤄낸 시 같았습니다.

 

 

허주영 시인의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라는 이 시집은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자아를 돌아보게 하는 시집이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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