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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집 소개]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황인찬

by young poet 202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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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황인찬 시인의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는 시집입니다.

황인찬 시인은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구관조 씻기기》, 《사랑을 위한 되풀이》 등 시집과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잠꼬대로 '사랑'을 발음하는 시집 같았습니다. 

 

 

 

 

시 소개에 앞서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당신이 먹으려던 자두는 
당신이 먹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2023년 6월
황인찬-

 

시를 읽기 전 이야기의 문을 열어주는 시인의 말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여름 빛과 함께
새 한 마리가 집에 들어온 것이다

그는 새가 들어와 무섭다고 야단이고
새는 큰 집안을 종종거린다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그러나 새가 무엇인가를 찾는 일은 없다
그저 여기저기 들쑤실 뿐
그때마다 그는 소리를 질렀고

창문은 모두 닫혀 있는데 어디로 들어왔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온 창문을 활짝 열었다

새가 스스로 나가기를 바라며

그러나 새는 떠나지 않았고
그가 울기 직전의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후로 새는 여기서 오래 살았다

아무것도 찾지 않으면서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자꾸 집안을 들쑤시면서

그가 떠나고
활짝 열린 창을 보면서도

새는 아무것도 찾지 않았다

「그 해 구하기」 

 

이 시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찾고자 하는 것'과 '떠나는 것'을 시적으로 잘 표현한 시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비 내리는 숲입니다
1. 들짐승 2. 살인자 3. 귀신 4. 아는 사람
어둠 속에서 고개를 내민 것이 당신을 설명합니다

너는 대뜸 그렇게 말했지
우리가 함께 비 내리는 숲을 걷고 있던 때였다

진짜로 뭐가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나의 말에
그럼 그게 너를 설명하는 거지 뭐
너는 또 그렇게 말하고

밤은 깊어가고 비는 자꾸 내렸다 우리는 작은 빛에 의지하여 어둠 속을 걷고 또 걸었고

이곳이 추락 직전의 비행기라면 버려야 할 것은 1. 몸 2. 마음 3. 영혼 4. 과거 가운데 하나이고, 또 우리는 뱀과 새와 원숭이를 데리고 사막을 건너야만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나누며

아무것도 해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저 웃으며

어둠 속을 걷던 그런 날도 있었지

아직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그때 어둠 속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보았으며

그것이 이후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는 것이고,

그 비밀이 영원히 비 내리는 숲의 가장 어두운 곳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정신을 찾아서」 

 

이 시는 비 내리는 어둠 속에서 발생하는 불가사의한 상황과 그로 인한 두려움, 불확실성을 담아낸 시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품속에 있는 것은 오늘의 일당 나의 전 재산 그렇게 마음먹고 거리로 나선다

삼성타워 아래
저녁
그는 아직 오는 중이라고 했다

통행 차량 많음
초미세먼지 나쁨

지나가며 나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
위아래로 훑어보는 사람이 있고

불만은 없음
사랑도 없음

흘러가는 저녁에 마음을 기대고 그저 눈감고 싶은 고독도 없고 무너질 듯 애처로운 자세로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바라는 비극도 없다

마음이 깨질 것 같은 사람이 길을 물어서
아뇨 저는 몰라요 그렇게 답했다

그때는 그 사람의 마음이 깨질 줄은 몰랐지만

삼성타워 아래
저녁

이 밝은 종로 한가운데 이상하게 어둑한 곳 과거에는 여기서 사람들이 모여 어딘가로 향했는데

삼십 분이나 지나 도착한 그는 국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때 그는 참 마음이 가난해 보였고, 마치 품속의 전 재산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으며

나는 그게 참 안심되었다

「느린 사랑」 

 

이 시는 도시 속에서의 개인적 고립감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그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위로와 공감을 표현해 준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황인찬 시인의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는 시집은 독특한 시적 감수성과 '사랑'의 연속성을 잘 담아낸 시집이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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