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이규리 시인의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라는 시집입니다.
이규리 시인은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등 시집과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최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떠올려 보게 만드는 시집 같았습니다.
시 소개에 앞서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그림 속의 도마뱀은
그림에서 나와 다시 그림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냥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내 시가 시에서 나와
시로 돌아갈 수 있을까마는
그렇게 된다면
나온 곳으로는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2014년 봄
이규리-
은유와 상징을 통해 자신이 겪은 변화와 그로 인한 새로움, 그리고 나온 곳으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시인의 말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새벽 서너시까지 울어대는 매미
삼베 이불이 헐렁해지도록 긁어대는 소리
어쩌라고 우리 어쩌라고
과유불급,
나도 그렇게 집착한 적 있다
노래라고 보낸 게 울음이라 되돌아왔을 때
비참의 소리는 밤이 없었을 것이다
불협도 화음이라지만
의미를 거두면 그저 소음인 것을
이기적인 생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우리 안에는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 제각기 운다
어느 것이 네 것인지 종내 알 수도 없게 엉켜서
허공은 또 그렇게 무수히 덥다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
매미의 울음소리를 통해 과도한 집착과 혼란, 고뇌를 표현하고 각자의 고통과 혼란이 얽혀버려 무엇이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묘사한 시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천강성이란 별은 길방을 비추기 위해 흉방에 위치한다는데,
애지중지 하던 일
그거 허방이었다는 거
복날 개장수 마이크 소리라는 거
때가 되면 알게 될까
때가 되면 웃을까
초가을 햇살이 이파리를 하나하나 핥으며 하는 말
저 끝으로 가봐
이봐
한 발짝 더 가봐
내 날들은 여직
잘못 찾은 무덤 앞에서 통곡한 것이다
누추한 반복일 뿐
동쪽을 가리지 않기 위해 서쪽에 가지 앉는
그런 때
정말 그런 때
「때가 되면」
이 시는 인생의 무상함과 후회를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일이 결국 무의미하거나 헛된 것이었다고 회상하며 인생에서의 실수와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를 드러내고 있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이대로 깜빡 해가 질 텐데
누가 나 좀 생각해주면 안 되겠니
너무 꼭꼭 숨어버려 너희는 나를 잊은 채 새로 놀이를
시작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갈 수 없잖아
벗겨놓은 바나나가 시꺼멓게 변할 텐데
적당히 들켜줄걸 그랬어
들켜주고 즐거울걸 그랬어
그렇기도 해
너무 꼭꼭 숨는 건 숨바꼭질이 아니지
놀이는 또 다음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선생님은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나를 호명하지 않았고......
내 차례는 더 이상 오지 않았어요
어서 가서 감자 넣은 갈치조림을 먹고 싶어
붉은 매운 양념을 먹고 싶어
포도나무가 어두워지기 전에.
「아직도 숨바꼭질하는 꿈을 꾼다」
이 시는 외로움과 소외감, 그리고 일상 속의 작은 소망들을 담아내 줍니다. 자신이 잊혀가는 존재임을 느끼고 있으며, 숨바꼭질의 비유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시 같았습니다.
이규리 시인의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라는 시집은 따뜻하고 진솔한 시어로 표현한 시집이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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