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집

[시집 소개]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김경후

by young poet 2024. 8. 27.
반응형

 

 

 

[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김경후 시인의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라는 시집입니다.

김경후 시인은 2019년 김현문학패 수상 이후 첫 신작 시집을 냈으며,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등 시집과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복잡한 감정을 독특한 언어로 풀어내며, 김경후 시인의 시적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삶의 사소한 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의미심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상실'과 '부재'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시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를 소개하기 전 시인의 말을 먼저 소개해 보겠습니다.

당신을 읊는 것이 나였으면 합니다.

-2021년 7월
김경후-

 

깊은 '애정'과 '갈망'을 담아낸 문장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올여름, 민소매가 유행이지, 그중 최고는 소매 없는 이
별, 헤어짐 없는 이별, 물론, 아직, 입기엔 춥지, 입기엔
덥지, 이미 몇 번 입고 벗었지, 그러나 놓칠 순 없지, 올여
름, 최고급 신상, 화상 입은 것처럼, 동상 입은 것처럼, 붉
은 자국, 없는 이별, 최신 유행이지,

……


「없는 이별」 

 

'이별'이라는 것은 언제나 찾아오며, '만남' 뒤에 따라다니는 그림자입니다.

 

이 시는 '이별'이라는 고통스러운 주제를 '유행'과 '옷'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이별의 상처가 마치 보이지 않는 자국처럼 남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해 줍니다.  그 과정에서 이별의 모순된 감정과 그 흔적을 독특하게 풀어내 주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머릿속
돌아오지 않는 것들

돌아오지 않는 이름에 덕지덕지 피딱지
다시 진물이 밴다
머리를 긁는다
파 내려간다

어디 오고 있나 어디쯤
내 손이 머릿속을 거의 팠을 때
멈칫

히말라야 삼나무에 내리는 눈송이 하나
먼나무보다 먼 곳

물끄러미
허공 속을 두리번거리다
다시

텅 빈 머릿속 긁는다
파 내려간다

「긁다」 

 

이 시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고통스러운 생각,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화자는 돌아오지 않는 이름을 떠올리며, 그로 인한 상처가 계속해서 진물처럼 흘러나오는 고통을 묘사합니다. 머릿속을 긁고 파 내려가는 행위는, 상처를 곱씹으며 그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들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을 담아낸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두 번이면 영원」이라는 시입니다. 

통닭 파는 트럭이 노랗게 웅크리고 있다
밤은 길고 봄은 짧지

자줏빛 꽃 이름을 찾아보기 전에
봄이 사라졌다

꼭 찾아야 할 것들은 
남지 않았지
그게 너였을까

퇴근할 곳 없이, 퇴근 시간마다
죽어가는 하루들
내가 죽은 밤들

아무것도 한 적 없는데
더는 할 게 아무것도 없다
멈칫멈칫 제자리 돌고 있는 전기 구이 통닭

달이 있을 텐데 달빛 없는
달밤,

「두 번이면 영원」 

 

이 시는 일상의 무의미함과 피로, 상실감이 주된 주제입니다. '전기 구이 통닭'과 같은 평범한 이미지를 통해 삶의 반복적이고 무력한 모습을 묘사해 주고, 화자가 느끼는 공허함을 깊이 있게 표현해 줍니다. 또한, 남은 것은 달빛 없는 밤처럼 텅 빈 삶이라는 것을 담아낸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김경후 시인의 이 시집은 슬픔과 상실, 사랑과 고독 같은 주제를 다룹니다.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고, 시적 상상력과 언어로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시집이기 때문에 추천하는 시집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