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조용미 시인의 《초록의 어두운 부분》라는 시집입니다.
조용미 시인은 1990년 한길문학 '청어는 가시가 많아'로 등단했으며, 《당신의 아름다움》, 《나의 다른 이름들》 등 시집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자연의 생명력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모를 탐구하는 의미를 감각적으로 담아내어 주면서도, 조용미 시인의 독창적인 시적 시각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초록 이면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도 감각하게 하는 시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 소개에 앞서 시인의 말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위태롭고 불안한 실존이다
모든 시간 속에 있는
찰나적 영원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전혀 새로운 봄이다
-2024년 5월
조용미-
새로운 봄의 연속성. 그리고 그 찰나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시인의 말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인상 깊었던 시는
빛이 나뭇잎에 닿을 때 나뭇잎의 뒷면은 밝아지는 걸까
앞면이 밝아지는 만큼 더 어두워지는 걸까
깊은 어둠으로 가기까지의 그 수많은 초록의 계단들에
나는 늘 매혹당했다
초록이 뭉쳐지고 풀어지고 서늘해지고 미지근해지고
타오르고 사그라들고 번지고 야위는, 길이 휘어지는 숲가
에 긴 나무 의자가 놓여 있고
우리는 거기 앉았다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처럼
긴 의자 앞으로 초록의 거대한 상영관이 펼쳐졌다 초
록의 음영과 농도는 첼로의 음계처럼 높아지고 다시 낮아
졌다
녹색의 감정에는 왜 늘 검정이 섞여 있는 걸까
저 연둣빛 어둑함과 으스름한 초록 사이 여름이 계속되
는 동안 알 수 없는 마음들이 신경성 위염을 앓고 있다
노랑에서 검정까지
초록의 굴진을 돕는 열기와 속도로
숲은 팽창하고
긴 장마로 초록의 색상표는 완벽한 서사를 갖게 되었다
검은 초록과 연두가 섞여 있는 숲의 감정은 우레와 폭
우에 숲의 나무들이 한 덩어리로 보이는 것처럼 흐릿하고
모호하다
「초록의 어두운 부분」
이 시는 초록이라는 색과 그로 인한 감정의 복잡성을 나타내며, 자연과 인간의 내면적 상태를 연결 짓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 시의 주목할 점은 '초록색'이 단순한 색을 넘어서 복잡한 감정과 심리적 상태를 상징한다는 점입니다. 초록색이라는 특정한 색을 통해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의 복잡함을 드러내어 줍니다. 초록의 다양한 농도와 음영이 인간의 감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시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풀어내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과거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려면 현재가 얼마나 깊어
야 하는 걸까
얼마나 출렁여야 하는 걸까
피사로의 그림 속 나무들처럼
서 있는 겨울
색채를 만지면 감정이 자라난다
붉고 푸른 색의 나무들처럼 가만 서 있어도 천천히 끓
어오르는 온도가 있다
언젠가는 마음을 만질 수 없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만다
방사선이 지나간다, 머문다,
없다,
냄새도 색도 형태도
아무렇지도 않다
시간이 지나면 구토를 한다 안개상자를 만들어 그것의
흔적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과거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려면 현재에 깊이 들어가
야 한다
풍덩풍덩
「격벽」
「격벽」은 시간과 감정,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 줍니다. 현재와 과거, 감정과 색채, 존재의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나타내줍니다. 현재의 깊이와 감정이 어떻게 과거를 변화시키는지, 색채가 감정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시간의 흐름이 존재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면서 인간 경험의 본질에 대해 표현한 시라고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비가 큰 새처럼 날아다닌다
큰 새의 깃털들이
옆으로, 위로 흩어지고 있다
바람은 비를 데리고 옆으로, 옆으로
많은 먹구름이 지나갔다
더 많은 바람이 지나갔다 비는 다시
돌아왔다
나는 그 자리다
무화과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시들어가는 것은 무엇인가
고마나루 삵의 발자국은 발톱을 오므리고 걷는다
초록이 바람을 끌고 날뛰고 있다
태풍이 위서처럼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나는 큰 새의 그림자를 덮고 있다
「무화과가 익어가는 순간」
이 시는 자연의 역동성과 그로 인한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특히 비와 바람, 무화과의 익어가는 과정, 그리고 태풍과 초록의 이미지를 통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게 합니다. 시를 읽으면서 자연과 감정의 상호작용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러한 상징적 표현을 통해 내면의 변화와 존재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던 시였습니다.
《초록의 어두운 부분》은 자연의 색과 감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심리적 깊이를 나타내주는 시집입니다. 조용미 시인의 상징적인 언어, 독창적인 시적 접근, 그리고 깊이 있는 성찰은 독자에게 새로운 시적 통찰을 전달해 주기 때문에 이 시집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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