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성다영 시인의 《스킨스카이》라는 시집입니다.
성다영 시인은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등 시집과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보통의 시집보다 훨씬 큰 글씨의 시들이 전체의 절반쯤을 차지하고 있고, 뒤쪽 절반쯤은 작은 글씨의 시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언덕에서 구르며 읽는 시집 같았습니다.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이것은 단지 쓴 것
이것을 읽는 동안 시간이 흐른다
-2022년 여름
성다영-
'시인의 말'을 읽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습니다.
인상 깊게 있은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장소를 생산한다
너는 내가 만드는 장소 안에 있다
여기는 어디라고 할 수 없는
아직 어디가 아닌 곳
눈이 내린다 눈이 쌓인다
오늘 나무는 더욱 선명해진다
이것이 놀이처럼 보인다면
너는 해석할 수 없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눈이 빠르게 내린다 눈이 불규칙적으로 흩날리
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이제 너도 안다 나쁜 일은 인간이 만든다
다시, 먼지 같은 눈이 차분하게 내린다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제 막 카페에 들어온 사람들이 이쪽을 본다
여기엔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아무도 아닌 사람
드디어 내가 되었네
큰 보일러는 큰 것을 데우고
작은 보일러는 작은 것을 데운다
음악처럼 사람들이 움직인다
「스킨스카이」
이 시는 다양한 이미지와 감각을 통해 우리의 인식과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고, 장소와 존재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게 만드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물주름」이라는 시입니다.
우리는 합정동 카페에 마주 앉아 있다
너는 연필을 쥐고 몇 개의 선으로 나를 그린다
무언가를 쥐는 방식이 어떻게 운명이 되는지 믿
지 않지만 우리가 우리를 놓치거나 잡는다면
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향유고래 영어 이름이 슬퍼 인간이 뭘까, 그런
생각을 해 유자차의 유자를 씹으며 네가 말한다
번져오는 번져오는 유자 향이 좋다는 생각을 하자
건너편의 청소부가 쓰레기를 트럭에서 다른 트럭
으로 옮긴다
오래전 인간은 향유고래의 내장을 꺼내 향을 얻
었다 머리를 갈라 기름을 얻었다
비가 내릴 것 같다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다
우리는 우리에게 기대어 걷는다
「물주름」
이 시는 쓰레기를 통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시사점을 독자에게 던져줍니다. 또한, 각 구절은 시각적, 감각적, 요소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맥락을 깊이 드러내며,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다시 비가 그치자 새가 날아들었다
새는 집도 없고 옷도 입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새잖아요
커피가 식어 가고 있다
교정 기계가 취소선을 긋는다
커피가 식어 간다
이렇게 써도 충분한데 왜 굳이 있다고 쓰는 걸
까 기계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잎이 우거진 나무에
서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새를 본다
기계는 커피의 온도를 안다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이 식는다는 것을 안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것은 쉽다
카페 안과 밖에는 사람과 사물이 있다 제주도에
난민이 있고 나도 당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있다
그래도 말한다
내가 나처럼 말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슬프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가 될 수 없다 날개가 있다 해도
비가 온다
가지 않는다
「하얗고 깨끗한 손」
이 시는 기계와 인간, 자연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깊은 성찰을 담아내고, '난민'이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당한 일들에 대하여, 분출되는 아픔과 슬픔을 새로운 감각으로 잘 녹여낸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성다영 시인의 《스킨스카이》이 시집은 독창적인 언어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사유와 감동을 전달해 주면서도, 건조함이 묻어나는 시집이기 때문에 이 시집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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