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문보영 시인의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이라는 시집입니다.
문보영 시인은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일기시대》,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등 많은 시집과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상상력의 경계를 허물고, 현대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문장들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산뜻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시집 같았습니다.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아직 잠들 마
우리는 현실을 사냥해야 해
-2023년 6월
문보영-
짧지만 강렬하게 다가왔던 '시인의 말'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좋았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있잖아, 지금부터 내가 지어낼 세상에는 난방이라는 개
념이 없어.
실내 온도를 좀 높일까요?
이런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아. 대신 사람들은 방한 나무에
의지하지. 방한 나무는 스스로 엄청난 열을 내. 이 나무는
실내에서는 자랄 수 없고 길바닥에서 살아야 해. 실내에서
키우면 자살해버리거든. 온기가 필요한 인간은 나무 앞에
......
인간을 껴안고 있을 때 방한 나무가 하는 상상:
지구가 갑자기 자전을 멈추면
존재들은
허공을 향해 쏟아진다
비가 내리고 있다
「방한 나무」
이 시는 상상을 통해 '방한 나무'와 '인간'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만들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변화와 혼란 속에서도 자연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물이
무릎까지
솟아올랐다
꺼진다
분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나뿐이어서
내가 분수를 보지 않으면
분수는 낭비된다
물속에 희미한 빛이 있다
네가 낭비되지 않도록 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떠나며 뒤돌아본다
수압이 강하여 부상의 우려가 있으니 접촉하지 마세요
분수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이런 말은
작별인사나
안부 인사로 어떤가
우거진 길을 걸어나가
호두나무를 지나가
나무가 굽이쳐
썩게 놔두기로 한다
지나간 곳을 다시 지나가는 것은
일종의 복습이다
분수가 더이상 나를 보고 있지 않으므로
나도 얼마간 낭비되고 있다
「손실」
이 시는 '물'과 '분수'를 통해 낭비되고 있는 것을 표현하며, 감정적 거리감과 이별의 과정이 반복되고, 손실되고 있음을 나타내줍니다. 또한, 자연과 감정의 흐름 속에서 쉽게 손실되고 있는 것을 담아낸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잘못 거셨어요."
제인은
이 말이 하고 싶어서
매일 밤
전화를 기다렸다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폭발음과 함께 남은 삶이 진행되었다
꿈을 꾸는 동안에도 나는 바깥의 나와 맞물린다
「시인의 말」
이 시는 꿈과 현실이 맞물리는 제인의 내면적 갈등이 외부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며, 내면적인 탐색과 그로 인한 변화를 잘 담아낸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인의 말'이 시가 시작되기 전, 표지 바로 뒤에 쓰여 있는 '시인의 말'이 아니라 한 편의 시로써 창작되어서 재밌게 다가왔습니다.
문보영 시인의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은 독창적인 상상력과 감각적 이미지로 가득 차 있으며, 일상적인 개념을 비틀어 새로운 시적 세계를 창조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익숙함을 넘어서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전달해 주는 시집이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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