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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집 소개] 《나도 기다리고 있어》-이새해

by young poet 2025.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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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이새해 시인의 《나도 기다리고 있어》라는 시집입니다.

이새해 시인은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싫음》 등 시집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해상도 있는 사진처럼 절제된 언어로 선명하게 담아낸 시집 같았습니다.

 

 

 

 

 

시 소개에 앞서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던 이들이
나의 침대 위에 잠들어 있다. 

-2025년 2월
이새해-

 

과거의 용기와 활력이 지금은 안식과 평온 속에 있다는 것을 담아낸 시인의 말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요새 위에서
나는 노력하는 자였다
봐야만 하는 것들이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먼저 죽은 자들이 그려진 카드를
수북하게 깔아둔 채로
웃고 떠들며 점을 치던 친구들

그들과 버섯을 구워 먹으며
겨울밤을 보낼 때도 있었다
버섯 향에 취하면서
서로의 장래에 푼돈을 걸어가면서

그 친구들 전부
먼 들판에서 도륙되던 밤에도
나는 요새 위를 지켰다
번져가는 불길을 주시하고 있었다

피와 땀에 전 장정들이
몇 무리로 흩어져 돌아오던 새벽
말안장에 묶인
패장의 머리를 수습하던 아침

차갑게 굳은 그의 머리칼을
검은 비단으로 감싸며
귀하다는 멜론을 떠올렸다

말갈기에 묻은 핏자국을 씻어내면서도
달고 부드럽다는 과육 생각을 했다

더위를 뚫고 보부상이 오면
나는 그들의 보따리를 엄정하게 검사하는 자였다가
활짝 웃는 자가 되었다

향신료와 육포 사이에 숨겨진
터키석 목걸이와 찻잔
굳은 손가락에서 빼냈을 반지들을
하나씩 꺼냈다

너희는 도둑이다
나의 친구들이다

「파수」 

 

이 시는 과거의 경험과 친구들, 전쟁과 평화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감정을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아낸 것 같았습니다. 또한 과거의 자신과 친구들이 겪었던 순간들을 돌아보며 그 사이에서 느꼈던 감정의 혼란과 지켜야 했던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시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는

사람들은 매일 춤을 춰. 공원수 주위에 모여서 추고 페인
트가 벗겨진 옥상에서 춘다. 너는 파트너 없이도 췄다. 여름
밤 거리에서 췄고 눈 덮인 해변에서 췄지. 아무도 없는 방에
서 팔을 흔들던 네 모습을 나는 누워서도 본 것 같았다.

언젠가 한 사람이 내 뒤통수를 향해 돌을 던졌을 때 너는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고 했어. 물장구치던 다리가 얼음
속에 파묻혀 있었을 때 우리는 있는 힘껏 힘을 줬었지. 그 순
간 갈라지기 시작하던 얼음들을 나는 보고 있었다.

지금 여기엔 연기뿐인 폭죽이 터지고 있어. 어른들은 잠든
아이들의 귀를 감싸고 아이들은 깨지 않아. 믿기 힘들 정도로
평화로운 표정을 하고 있지. 깨어나지 않는다는 건 뭘까. 아
침이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살아가는데.

다음 여름에도 사람들은 춤을 추겠지. 모두가 쓰러지듯
잠든 새벽에 너는 내 목을 만지면서 말했어. 더 깨어 있고 싶
다고. 나는 너에게 질문하게 돼. 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
남았나. 누군가 다가와 내 어깨를 감싼다. 나는 그의 팔을 잡
고 일어서게 돼.

「여름으로부터」 

 

이 시는 삶의 일상적인 순간들 속에서 인간 존재의 불안, 변화, 그리고 연대감을 담아내 줍니다. 춤과 같은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표현되는 존재의 확립, 얼음이 갈라지는 순간의 위기, 그리고 존재의 끝을 향한 두려움과 그 안에서의 개인의 고립된 존재를 넘어서서 사람들 사이의 연결과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시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시는 

내가 떠서 건넨 물속에는
작고 검은 이끼들이 떠다니고 있다

너는 물을 마시고
남은 물을 보트 밖으로 버린다

새로운 동굴이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한다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한다

돌아가는 보트에 앉아서
나는 네 등을 본다

너를 나아가게 하는 힘과
너에게 남아 있는 힘을 생각하면서
네 어깨에 손을 올려본다

완전히 지쳤다는 것을 인정한 뒤에도
우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은
끝까지 하지 않았다

너에게 조금 더 자두라고 말하고
혼자 시작하는 하루

나는 빈 병에 물을 뜨다가
주저앉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물결들을 본다

「등」 

 

이 시는 여정과 관계 속에서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인간 존재와 자연의 조화로움을 담아낸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새해 시인의 《나도 기다리고 있어》 이 시집은 삶의 복잡한 감정과 미묘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내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에 추천하는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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