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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윤지양 시인의 《기대 없는 토요일》라는 시집입니다.
윤지양 시인은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스키드》등 시집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일상의 사소함과 소소함 그 사이의 시적 언어를 잘 담아내고 있는 시집 같았습니다.
시 소개에 앞서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자서
기대가 맴돈다.
파리처럼 날았다가 내려앉는다.
명중하지 못해 살아 있다.
-2024년 12월
윤지양-
기대와 실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시인의 말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뼈로 남은 사람
일기장을 마주한 채 앉아 있다
태양이 뜨고
구름 한 점 없는 유리
좀 먹은 냄새가 늑골 사이에 끼어 있지만
영혼이 잡아당기다
놓쳤다
기억에서 사라진
사람은 정글짐
유리는 그 안에서 논다
「살기」
이 시는 사람의 존재와 기억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자유로움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시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아버지 일은 유감이구나
선생님은 형에게 따뜻한 차를 권했다
괜찮아요
형은 정중히 사양했다
아버지가 옆집 수영장에서 신발이 벗겨진 채 발견되었다
어머니는 도통 연락을 받지 않으시더구나
당연해요
형의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알아듣기 위해서는 꽤 주의를 기울여야 했으나
형은 이런 나의 노력을 알지 못한다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선생님은 믿지 못할 거예요
너무하네
내가 이해심 없는 사람으로 보이니
아뇨 선생님은 사려 깊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집의 이야기를 안다고 해서
그 집 벽에 기대어 벽지를 핥는 것은 아니죠
그게 무슨 말이니
집은 온통 맛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짠맛
아이의 머리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 동생의 머리가 흰색이라는 것을 아세요?
아니 네 발이 푸른빛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완성되지 못한 소설 속 동생처럼
저는 시 안에 있어요
형이 쳐다보았다
선생님과는 다른 곳에 있죠
「직물」
이 시는 가족의 비극과 상처, 그리고 그로 인한 감정의 복잡함을 표현해 줍니다. 대화와 이미지는 사건의 심각성과 감정의 혼란을 잘 나타내고 있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기침하는 아이의 목에 독버섯이 자란다
개연하는 이마는 없다 달콤한
한밤의 꼬락서니에게
아이의 이름은 바꿔 부르기에 좋았다
그가 내 자식이 아니었으므로
마음대로 상상한 아이가 있다고 해도
그는 내 삶을 뭉갤 자격이 없다 하지만
한 번쯤 툭 치고 지나갈 법했다
독버섯을 먹어도 자신 있다는 목소리로
옆집 남자는 나에게 돌아오라는 노래를 불렀다
단언하지 못하므로 내 수염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것이다
그는 발이 뽀얗고 아이는 얼룩덜룩했다
함께 산책을 나가자
그러면 비슷한 색깔이 될 거야
마치 양말을 신은 것처럼
덜 말린 바닥을 닦는 청소부는
떨어뜨린 봄을 담기 위해 고민한다
어머니는 참 사치스러워요
문득 자란 아이는 옆집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오늘 날씨 맑음」
이 시는 서로 다른 인물들과 그들 간의 관계, 그리고 감정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줍니다. 또한 감정과 이미지를 잘 전달하는 시 같았습니다.
윤지양 시인의 《기대 없는 토요일》이라는 시집은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시집이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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