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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집 소개]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양안다

by young poet 2024.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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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양안다 시인의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라는 시집입니다. 

양안다 시인은 2014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했으며, 《작은 미래의 책》, 《숲의 소실점을 향해서》 등 시집과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불완전한 사랑의 형태를 불가항력적으로 담아내지만, 동시에 예지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시인의 백야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집 같았습니다. 

 

 

 

 

시 소개에 앞서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사람들 앞에서 웃으려 애쓰다 보니
마음을 감추는 데에 익숙해졌다

누가 안부를 물으며 모든 것이 괜찮다고 대답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하염없이 낮과 밤이 지나갔다

사랑하는 사람과 죽이고 싶은 사람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야가 멈추지 않았다

-2018년 10월
양안다-

 

감정의 복잡함과 내면의 갈등을 표현해 줍니다. 외부에서는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과 소통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고독과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담아낸 시인의 말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어폰을 나눠 낀다 하나의 장르로 서로를 구속하는 일

  집 안에는 피아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엄마의 애창곡
을 치는 것이 화분들을 잘 자라게 만들었다

  골목은 달리고 있다 아이들의 뜀박질로 담벼락으로 혈
관으로

  멀리 가면 안 된다, 엄마들은 자식을 지평선 너머로 가
지 못하게 한다 그곳이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담쟁이넝쿨은 지겹게 담을 넘고 있다 이미 해바라기는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골목은 계절마다 다른 곳에 그늘을 키웠다 아이들은 매
번 다른 부위에 상처가 나면서 피를 적게 흘리는 법을 배
웠다

  애창곡은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매일 같은 선율이 흘
렀다

  함께 음악을 듣는 동안에는 멀리 갈 수 없다 골목이 나
를 붙잡고 있었다

「이해력」 

 

이 시는 가족, 성장, 그리고 사회적 제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가족의 사랑과 보호, 그리고 그로 인한 제약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언젠가 도로에서 죽은 쥐를 작은 그림자로 착각했을 때
  내 머리 위로 어느 새 한 마리가 무리에서 이탈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나무 밑에서 너에게 말했다

  확실히 그럴 수 있겠어, 너는 모순적인 대답을 하고

  눈을 감을 때 보이는 어둠이 모두에게 같을 수 있을까
  누가 더 어둡게 보이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사실
나무는 야행성이 아닐까, 낮잠을 자는 동안 자신에게 보이
는 어둠을 그늘로 펼쳐놓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헝클어진 네 머리카락이 그림자로 엎어지고 있었다
   어느 것도 날고 있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네가 이 나무 밑에 묻혀 있는 꿈을 꿨다고
   그곳에서 꺼내달라며 내게 부탁했다고, 너는 내 꿈을
징조라고 생각했지만

   문득 저 멀리에서 납작한 새와 날아다니는 쥐를 봤는데
그건 확실히 그럴 수 없는 일이었고, 아마도 지금은
   백일몽을 꾸는 중이라고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로

「불가항력」 

 

이 시는 꿈과 현실, 존재의 모호함,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꿈과 현실의 경계를 나타내며 내면적 갈등과 모순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있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움직이면 안 된다 나무의 옷을 입었으니까
거리의 가로수들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흔들리는데

왕의 옷을 입은 배우는 마지막에 나와 인사를 하고 관
객들은 박수를 강요받는다 박수를 치는 게, 손바닥을 마
주치는 게 의미가 있는 걸까 관객이 나가면 하나의 세계가
허물어질 텐데 우리는 허물어지는 일을 축하받았다

극장을 나가며 관객들은 관객의 옷을 벗는다 나는 나무
의 옷, 너는 왕의 옷, 너는 광대의 옷을 벗으며. 옷을 버리
면 다른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게 될 텐데

옷의 세계에서 너는 웃음이 헤픈 애였는데 지금은 통 웃
질 않는구나 머저리같이 떠들던 애도 어딘지 슬퍼 보여, 나
는 너희 때문에 우울해진다

지금 너희의 역할은 웃지 않는 것 말을 줄이고 슬픈 표
정을 잘 지어 보이는 것, 나는 이 세계의 너희를 그렇게 이
해했다 나의 역할은 너희들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일,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하는 일이라 생각했고

나도 모르게 너희를 옷의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객석을
쳐다보면 안 된다 그것은 내가 맡은 역할이 아니었다 막이
내린 지 오래인데 아직도 누군가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이 시는 극장과 삶의 경계를 넘나들며 역할의 정체성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다뤄내 줍니다. 전체적으로 극장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역할, 정체성의 변화를 탐구하며, 사회적 기대와 개인의 감정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양안다 시인의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라는 시집은 현대인의 복잡한 감정과 삶의 단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에 추천하는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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