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알라딘]
이번에 소개할 시집은 최백규 시인의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라는 시집입니다.
최백규 시인은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수상을 하였으며, 《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 《너의 장점은?》 등 책을 써냈습니다.
이 시집은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그려내어 청춘들의 삶을 '호흡'으로 담아낸 시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인의 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빛은 그늘에서도 죽지 않고 자라는구나
-2022년 여름
최백규-
역경 속에서도 끈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면 삶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시인의 말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터진 폭죽 같았다 여름 축제의 끝 무
렵처럼 식어가고 있었다 먼 산을 바라보는 뒷모습으로 일몰
이 스며들었다
철 지난 꽃들이 수런대는 사이 사람이 더는 사람이 아니
게 되어도 괜찮은 걸까
올해 들어 뒤꼍의 철쭉마저 일찍 졌다는데 흐드러지지도
못하고 바닥만 뒹굴겠구나 어머니는 상한 자두를 잘라내고
있었다 나는 고장난 손목시계를 붙들고 머뭇거렸다
어머니, 화분이 또 죽었어요 아무래도 저만 계속 실패하
는 것 같아요 아니란다 얘야, 너는 최선을 다했단다 힘들면
이번 생에서 그만둬도 괜찮아
그런데 여름 과일은 왜 이리도 쉽게 무를까 언제쯤 다른
집들과 화장실을 같이 쓰지 않는 집에 누울 수 있을까 언덕
위 성당 종소리를 따라 나도 어딘가로 희미해지는 듯했다
어느새 아버지의 숨소리도 잦아들었지만
빛바랜 꿈속에서도 아버지가 피우는 불꽃은 높고 선연하
였다
아버지, 그래도 무언가 이상해요 이제 다 지난 일이라는
데 그만 주무시고 일어나서 무슨 말씀이라도 해주세요 아버
지, 아버지……
「개화」
이 시는 아버지의 죽음이나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모습과 그로 인해 느끼는 상실감, 가족의 일상 속에서 스며드는 슬픔을 섬세하게 표현해 줍니다. 또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로 인한 상실감과 슬픔, 아버지의 부재를 겪는 화자의 내면적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낸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시는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
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
꺼지라며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
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
천천히 지구가 돌고 오늘은 이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단 한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너의 종교와 아무도 찾아오
지 않는 몇평의 바닷가와 마지막 축제를 되감을 때마다
나는 모든 것에게 거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누군가 학교에 불이 났다고 외칠 땐 벤치에 앉아 손을 잡
고 있었다
운명이 정말 예뻐서 서로의 벚꽃을 떨어뜨린다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이 시는 고독과 사랑, 이별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내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랑의 강렬한 순간과 이별로 인한 고독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복잡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내 줍니다. 사랑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경험하고 그로 인해 세상과의 거리를 느끼며 마지막에는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는
신을 배운 이후로 미안하다는 말보다 죽이고 싶다는 마음
이 많았다
세상 모든 곳이 다 오락이어서
캐릭터들이 죽는데 플레이어가 동전을 계속 넣었다
어느 주말 오후 흰 캔버스를 세우고 멍하니 그리워했다
있는 것들만 죽여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아침 그 사람을 웃으
며 안았다 손끝으로 상대방의 생명선을 끝까지 따라가본 사
람은 죽을 때까지 같이한다는 비극을 믿었다 우리가 금방
죽을 거라 했다
어젯밤 꿈에 눈이 부어서 오늘도 젖은 하루를 살았다 창
밖엔 숲 이외의 것들만 조용히 번져서
우리의 기후가 같을까 무서워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 아무 일 없이 골목을 걸었다
와락 쏟아지다 터뜨려지는 파스텔이다
어두운 식탁에 앉아 찬 음식을 오래 씹어야만 하는 나이
무심히 낯선 여름이 굴러가고
두려웠다
지옥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안녕과 안녕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바늘 끝 위에 몇명의 천사가 쓰러질 수 있을까
—사랑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때쯤 결심한 것 같다, 세계가 망가지더라도 시를 쓰자
아름답게 살자 남은 인생을 모두
이 천국에게 주자
「애프터글로우」
이 시는 삶의 복잡한 감정들과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어둠과 슬픔을 다뤄내 줍니다. 사랑과 죽음, 고통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내면을 그리며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예술과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표현해 주는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최백규 시인의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이 시집은 감정의 복잡성과 그로 인한 성장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담은 시집으로 성장통을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에 추천하는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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